농가 제값 못받아 시설투자 여력 부족…유통센터에 모이면 적정가에 거래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농가들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번 사태로 친환경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만큼 친환경 인증마크를 안 붙이는 ’인증제도 반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21일 비장한 어조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된다거나, 혹은 돈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친환경 인증 반납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협회장이 시군 대표 농가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상태"라는 이 회장은 "정부에서 인증제도를 정비한다고 하니 반납하고 다시 받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계협회 소속 산란계 농가는 870여 곳이다. 전국 친환경 농가의 90%가 협회 회원이다.“산란계 전체 산업의 대의를 위해 96%의 농가는 살충제가 검출된 4% 농가의 피해를 분담하도록 노력하고, 4% 농가는 손해를 봐도 감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농가가 ‘정부 검사결과를 인정 못 한다. 재검사해라’ 이렇게 나오면 농가도 못 믿는 내용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들로 문제가 생기면 양계산업 전체가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그는 모든 1차 책임은 농가에 있고 2차적으로 정부의 관리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살충제를 쓴 건 농가다. 정부의 관리시스템 문제는 많이 지적되고 있다. 계란은 식품 중에 원상태로 유통되는 특성이 있다. 농장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각에 담아 판매하는데 정부의 가격 통제가 많다. 계란값이 조금 오르면 물가에 반영되고 농가는 적정가격을 못 받으면 투자여력이 줄어든다. 소비자는 ‘계란은 싸다’는 소비자 인식 때문에 농가가 시설에 투자하고 개선하는 것을 늦추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는 국내 계란 유통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고 낙후돼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양계협회가 시장조사해서 1알 가격을 100원으로 발표하면 업체들이 농가에는 디스카운트(DC)라고 해서 30~40원을 깎는다. 계란이 부족할 땐 농가가 유통에 큰소리치고 과잉되면 유통이 큰소리치면서 가격 인하 요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이번 사태의 해답은 뭘까. 그는“소나 돼지는 도매시장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계란도 유통센터(GP)를 의무화해서 도매시장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각 유통상인들이 10~20개 농가를 돌면서 가격협상을 하는데 GP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전국 상품을 살 수 있게 되고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에도 훨씬 유리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농협이나 축협의 역할도 당부했다.
“GP는 지역과 광역이 함께 가야된다. 지역에는 권역별로 세우고, 광역에는 가공장까지 있어야 한다. 광역은 3~4개면 된다고 본다. GP가 의무화되면 축협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 축협은 자금도 있고 능력도 있다. 그런 공적 기능을 하라고 만든 거 아닌가. 정부도 축협을 통해 GP 의무화 작업을 추진하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