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호견제ㆍ중복규제 무시" 볼멘소리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금융위원회'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자칫 본질과 기능이 어긋난 '사생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호 견제의 원리가 작동돼야 할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기능이 통합되면서 오히려 금융감독 기능은 이원화된 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비효율과 중복규제 '여전'
대통력직 인수위는 지난 16일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정책 기능까지 흡수 통합한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이원화와 상호 견제를 통해 건전성을 유지해 온 기존 금융정책의 뒤바꾼 것이어서 본질과 기능이 어긋난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금감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직 금지와 이원화를 통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집행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확보한다'는 인수위의 방침도 중복규제에 이골이 난 금융계를 설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이원화된 양 부서의 중복규제와 업무상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합은 금융권의 바람이기도 했다.
결국 인수위는 상호 견제해야 할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은 통합하고 감독기능을 분담하고 있는 두 기관을 분리 유지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중복규제와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을 외면한 것은 금감원의 반발은 의식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능적으로 통합해야 (금감위와 금감원)양 기관은 분리를 강화하면서 금감위에 정책기능까지 부여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관치금융' 부활 우려
통합을 우려했던 금감원도 생존 차제에는 안도감을 갖으면서도 금융위의 권한 강화와 업무상 혼선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눈치다.
더불어 민영화를 전제로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함께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감독기능이 금융위로 이관된 것과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감독기능이 금융위로 이관된 것도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게 사실이나, 주택금융공사의 경우는 서민주택금융이라는 고유의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존재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보 역시 금융 위기 이후 신보와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뼈를 깎는 업무개혁과 변신으로 오히려 중소ㆍ벤처기업을 위한 기술금융 역할을 더욱 곤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금융정책의 현실과 특수성을 외면한 채 지나친 시장주의로 일관할 경우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반발과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