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까지 적용 땐 수익성 악화 불가피…재건축·재개발 분양시기 등 저울질
정부가 8·2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까지 확대 적용키로 하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8·2 대책으로 분양시장의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서 예고한 대로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기준인 주택가격 상승률과 청약경쟁률 등을 수정키로 했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 규정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직전 3개월 연속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 이상인 경우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너무 높아 최근 급등세를 보인 강남 재건축만 하더라도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이 없었다. 때문에 국토부 등 정부는 이 정량 기준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다음 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보다 ‘다소 강한 정도’인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상한제 적용 요건이 바뀌더라도 실제 적용 시기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잠정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분양가상한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건설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는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민간택지까지 확대될 경우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특히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영업본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시기를 놓고 분양 시기와 수주 물량 선별 등을 논의 중”이라면서 “일단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본 뒤 대응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될 경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강남 재건축 분양가도 일정부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5년 4월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진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3.3㎡당 4000만 원이 넘는 초고분양가 단지가 연이어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잠원동 ‘신반포 자이’(4290만 원)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4137만 원) △잠원동 ‘아크로리버뷰’(4194만 원)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4250만 원) 등이 3.3㎡당 평균분양가 4000만 원을 넘겼다.
정비사업 업체 관계자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적은 단지는 분양가가 떨어져도 타격이 덜하지만 추가분담금이 많은 곳은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들 경우 사업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