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외국 사례에서 배우자
치즈 통행세, 보복 출점 등 각종 편법과 갑질 경영, 오너의 횡포 등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점은 40여년 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다. 정부도 프랜차이즈 규제에 칼을 빼들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데는 산업의 유통 구조에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통일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상대로 물류 마진 등 폭리를 취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맹본부는 일괄적으로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가맹점이 원가, 품질 등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에 마진율을 공개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공정위로부터‘서면조사 설문지’를 받은 프랜차이즈 업체 50곳은 오는 9일까지 지난해 가맹점별 매출액과 물품 구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출해야 한다. 이 외에도 ‘통행세’ 논란의 핵심인 협력 업체에 가맹본부와 특수관계인의 개입 여부 등도 스스로 기재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에 대해“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마진율까지 공개하라는 공정위의 압박은 프랜차이즈 산업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제시한 해법은 로열티 제도의 부활이다. 물품을 납품하며 임의로 받던 ‘통행세’를 규제한다면 가맹점 매출의 일정부분을 고정적으로 받는 로열티 제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 로열티는 사업 노하우 전수, 가맹점 교육 지원, 마케팅 제공 등의 대가다.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몇 %를 본사가 취한다고 공지하기 때문에 본사의 수익원이 투명하게 노출된다.
박기영 협회장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중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전체의 36%에 불과하다. 이는 70~80%에 달하는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미국에서는 로열티가 프랜차이즈 본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 매출의 4.6~12.5%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원·부자재는 점주와의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한다.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 필수 구입 품목만 본사가 공급할 뿐이다. 이는 1970년대 잇따른 석유파동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갈등이 심화되자 던킨도너츠가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호주에서는 본사의 필수 구입물품을 지정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는 사전허가제를 운영한다. 캐나다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을 이유로 가맹본부가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이탈리아에선 최초 계약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밖에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도 착한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는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의 한 형태로 가맹본부와 점주를 따로 나누지 않고 조합원인 가맹점주 개개인이 사주가 되는 형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사업운영 결과로 발생할 이익의 배당 방식을 미리 협동조합 정관 또는 가맹계약서에 ‘이익공유 계약 항목’으로 명시하는 게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부터 프랜차이즈 지원 사업 체계를 이익공유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상거래 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제도 강화에 더해 실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육성사업을 더 확대하고 컨설팅·자금·마케팅 등을 연계해 상생협력의 실제 사례를 육성함으로써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알아보고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달 27~29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 44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17’는 최근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이뤘다. 390부스 규모로 17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한 이 행사에는‘착한 가맹점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유독 눈에 띄었다.
행사를 주최한 월드전람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에 이슈가 더해지니 참관 대기 줄이 1시간이나 될 정도로 참관객이 많았다”며 “프랜차이즈 업계도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예비창업자도 ‘프랜차이즈=성공’ 이라는 무조건적인 고정관념이 아닌 개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