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돌풍①] 금융지형 바꾼다…신뢰성 숙제

입력 2017-08-04 09:29수정 2017-08-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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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홀릭’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영업 1주일 만인 이달 3일 오전 7시 기준 신규 계좌 건수가 151만 좌를 돌파했다.

실질이용률을 가늠할 수 있는 체크카드 신청 건수는 103만5000장을 기록했다. 여신은 대출 실행금액 기준으로 4970억 원, 수신은 65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하면서 ‘7분 신규계좌 개설, 60초 대출’을 슬로건으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1억5000만 원, 해외 송금수수료 기존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걸었다.

카카오뱅크는 4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가입자 수와 여신·수신액 증가 속도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넘어섰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더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보다 앞선 지난 4월 3일 출범한 케이뱅크도 가입자 수와 여신·수신액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케이뱅크의 이달 2일 기준 가입자 수 44만 명, 여신 6300억 원, 수신 7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출범 100일이었던 지난달 11일보다 가입자 수 4만 명, 여신·수신액은 각각 200억 원, 600억 원이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돌풍에 은행, 저축은행, 보험, 카드사 등 전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영업점을 축소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 전문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모바일뱅킹을 전면 개편하고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를 상향하거나 우대금리를 더 얹어주는 등 서비스 향상으로 맞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말 우량 기업 직원과 공무원·군인·교사 등을 대상으로 연 최저 2.46% 금리에 최대 1억 원을 빌려주는 비대면 전용‘신한S드림 신용대출’을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한도 상향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서비스인 ‘KB스타뱅킹’을 통해 소득 증빙 없이 거래실적만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우대금리 적용 시 연 2.29%(최저금리 기준)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말까지 일정 금액(500달러) 이하의 해외 송금 수수료를 카카오뱅크보다 아예 적게 받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경쟁하는 중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보험업계는 다음 달 케이뱅크의 방카슈랑스 시장 진출을 주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각종 카드 이용 혜택을 늘리며 충성고객 이탈 막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융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카카오뱅크는 오픈 직후부터 대출 서비스와 고객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혼란이 계속되자 영업을 개시한 지 1주일도 안되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에는 사전 공지도 없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줄였다.

케이뱅크의 경우 가장 인기 있었던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지난달 초 돌연 중단했다.

두 은행 모두 “갑자기 대출 신청이 몰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에는 신뢰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현상이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자칫 대규모 고객 이탈로 이어지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규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주요 주주가 정보기술(IT) 기업인 만큼 향후 안정적인 대출상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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