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예치보험금(생존보험금)에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생존보험금과 관련해 임원 회의를 열고 지급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은 다음 주에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예치보험금은 과거 2000년 전후로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수익자)를 대상으로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예정이율+1%’에 해당하는 금리를 적용해 목돈을 만들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등장했다.
당시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은 평균 7%대 수준으로 보험사가 제시한 금리로 8%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상당수 고객이 보험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태도를 바꿨다.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역마진 리스크가 커지자, 소멸시효를 꺼내 들었다. 2015년 3월 상법의 청구건 소멸시효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을 적용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생존보험금의 경우 생명보험표준사업방법서에 부리(附利) 근거가 불명확해 논란이 가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보험사가 개별상품 약관, 안내장 등을 통해 생존보험금 ‘예정이율+1%’ 금리를 적용하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보험사와 소비자간 예치보험금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던 가운데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동양생명 생존보험금 미지급 안건과 관련해 ‘지급’ 결정을 내렸다.
동양생명은 A건강보험 가입고객에게 만기까지 문화생활자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보험계약 만기 때 고금리를 더해 수천만 원까지 불릴 수 있다고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자 소멸시효를 적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분쟁위는 계약자에게 선택권(만기 수령, 중도 수령)이 부여됐고, 만기 수령을 택했다면 해당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분쟁위에서 지급 결정을 받은 동양생명은 분쟁건 이외 계약에도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지급할지 논의 중이다. 다음 주 중에 분쟁위 결정문이 나오면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서민금융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논쟁은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산업 육성보다 서민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 보험사들은 소비자들과 마찰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자살보험금(자살재해사망보험금) 홍역을 거쳤기 때문에 생존보험금 지급 문제도 무탈하게 지나가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