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AI 규제 피하려 로비에 박차 가하는 구글
지난 2분기(2017년 4~6월) 미국 정계를 상대로 한 구글의 로비 비용이 약 600만 달러(약 67억 원)로 미국 기업 가운데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미국 내 1위 로비 기업이 된 데에는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3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과거 워싱턴에서 로비를 주도한 업체들은 주로 은행, 석유 업체, 방위산업체 등이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규제를 통제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여겼다. 이 때문에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정치 기부금을 내는 데 수백만 달러의 돈을 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사업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구글이 워싱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2년 한 해 동안 구글이 로비에 쓴 비용은 5만 달러 미만이었으나 10년 뒤인 2012년 구글은 한 해 동안 1800만 달러 이상을 로비에 지출했다. 페이팔을 설립한 피터 틸은 “구글은 독점 체제 덕에 얻는 것을 유지하고자 독점권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커서컨설팅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 동영상, 모바일, 지도, 브라우저 등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범용 웹 플랫폼 중 상위 5개를 가진 미국 최대 독점 기업이다. 구글의 웹 플랫폼을 쓰는 사용자만 60억 명이다. 반독점 규제의 칼날이 제대로 작동하면 가장 먼저 다칠 수 있는 기업이 구글이라는 의미다. 특히 미국 민주당은 지난 24일 ‘더 나은 거래(A Better Deal)’라는 슬로건을 발표하며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이 발표한 슬로건 안에 구체적인 정책으로 기업의 권한 제한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인 구글이 앞으로 더 로비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독점 규제를 피하려는 동시에 구글의 로비 활동의 상당 부분은 앞으로 사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구글은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의학, 운송, 교육 사업까지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을 적용하는 데 정부 규제가 어디까지 개입할지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 15일 미국전국주지사협회(NGA) 하계 총회에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화·민주 양당 주지사들에게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테슬라 CEO는 “AI가 인류 문명의 존재가 직면한 최대 위험이며 AI로 인간의 일자리는 물론 최악에는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IT 업계수장으로서 AI를 사용해야 함에도 규제의 중요성을 밝혀 의문을 자아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거세게 반박하며 “AI 종말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것도 정부의 규제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정계 로비를 벌여 2008년 규제 완화의 실익을 크게 봤다. 그러나 그렇게 얻어낸 규제 완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했다. 금융계의 극단적인 로비가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가져온 것처럼 구글의 로비도 앞으로 10년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