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린 ‘중국판 할리우드’ 꿈, 中 규제 칼날에 꺾일 판

입력 2017-07-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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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규제가 장애물

▲중국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 사진 = AP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 회장이 꿈꾸던 ‘중국판 할리우드’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완다그룹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왕좌를 차지하고자 최근 몇 년간 박차를 가해왔다. ‘쥬라기 월드’를 만든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지난해 인수한 게 대표적인 행보다. 완다그룹은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약 3조9123억 원)에 인수했고 작년 7월에는 미국 비아콤의 자회사인 파라마운트의 지분 49%를 사들였다. 완다그룹의 왕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영화사를 만들 것”이라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건설 중인 대규모 영화단지 프로젝트도 왕 회장의 꿈을 상징한다. 2013년에 착공한 이 프로젝트는 74억 달러 규모로 테마파크, 영화 촬영 스튜디오, 요트 클럽, 호텔 등을 갖춘 영화단지다. 2013년 왕 회장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니콜 키드먼, 존 트라볼타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중국 칭다오로 데려와 레드 카펫 위에 세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의 원대한 꿈이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자본 유출 통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중국 당국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완다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완다필름은 지난달 22일 오전에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했다. 주가 급락에 급기야 거래는 중단됐다. 올해 초 미국 TV 제작사인 딕클라크프로덕션 인수도 중국 정부의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2012~2016년 사이에 완다그룹이 진행한 국외 기업 인수 중 6건이 투자 규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왕 회장은 “국가적 요구에 부응하기로 했다”며 “중국 국내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칭다오에 건설 중인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하다. 처음에 프로젝트를 주관하던 감독도 자리를 떠났고, 그 안에 짓고 있던 테마파크도 무산됐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HSBC비즈니스스쿨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는 “규제 당국은 때때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때가 있다”며 완다그룹이 그렸던 ‘중국판 할리우드’가 무리한 계획이었음을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마이클 베리 중국학 교수는 “최근 중국 당국의 정책 때문에 왕 회장의 야망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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