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지정하면 심사기한 넘겨도 자동 부의
국회 상황과 증세 법안 처리 메커니즘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때와 달리 ‘발목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먼저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 정부·여당의 증세 안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더욱 높다는 점이 한국당으로선 부담이다. 증세 안을 두고 ‘세금폭탄’ 등으로 부르며 국민적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종합부동산세 파동처럼 여론의 집단 반발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회 내부로 시선을 옮기면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지난 대선 때 증세를 공약했던 만큼 다른 야당과의 공조가 쉽지 않다. 지난 추경 정국에선 인사문제 등 다른 현안들로 두 당이 한국당과 초반 보조를 맞추면서 추경 처리를 지연시켰지만, 결국 여당에 협조한 바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 증세 방안 논의를 위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참여의 뜻을 밝히면서, 거부 의사를 표명한 한국당과는 시작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 등 한국당 일각에선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 등 ‘서민감세’로 정부·여당의 부자증세에 맞불을 놓으려 하고 있지만, 정우택 원내대표부터 “당론이 아니다”고 선 긋는 등 당내에서조차 전폭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107석을 가진 한국당이 야당 일부와 손잡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고세율 인상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세법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킨다 해도 여당에서 ‘예산부수법안 지정’ 카드를 내밀면 막을 방도가 없어진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 경우 국회는 11월 30일까지 예산부수법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여야가 합의로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산부수법안은 다음 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한 관계자는 28일 “이번 증세를 막아야 하는데 딱히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가 여당 시절 세법 개정하면서 야당의 반대를 제대로 들어준 전례도 없었고, 과거 여소야대와 지금 여소야대 성격이 달라서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시간 끌다가 정부안 원안대로 자동 부의되게 할 수도 없잖으냐”며 “뭘 요구하고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을 뺀 나머지 야당은 슈퍼증세에 공감하고 있고, 조세 정상화를 원하는 여론 압박도 있을 것이니 한국당이 반대해도 세법개정안 처리가 무난할 것이란 기대가 없진 않다”면서도 “한국당에서 어떤 사안을 연계하려 들지 모르니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