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지도 세밀히 그려 진일보한 스마트홈 서비스 구현
세계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진공청소로봇 ‘룸바’가 새로운 부업을 갖게 됐다. 바로 ‘지도 그리기(mapping·매핑)’다.
룸바 제조사인 미국 아이로봇은 룸바 사용자의 자택 내부를 매핑해 정보·기술(IT) 업체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룸바는 단거리 적외선과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하면서 실내를 누비는 게 특징이다. 2015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룸바 900시리즈’가 출시됐다. 이 제품은 기존 기능에 카메라 기능과 추가적인 센서 및 소프트웨어를 탑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배터리가 떨어지겠다 싶으면 충전하고 돌아와 못다 한 청소를 마친다.
룸바가 그린 지도는 스마트홈 시장을 더욱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홈은 가정 내 가전제품들이 상호작용하며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사물인터넷(IoT)의 일종이다. 텔레비전과 냉장고 사이의 간격, 컴퓨터와 현관문 사이의 이동 경로 등이 나타난 실내 지도를 활용한다면 훨씬 더 진일보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아이로봇의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객이 허락만 한다면 상세한 실내 지도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앵글 CEO는 앞으로 2년 안에 룸바가 모은 지도 정보를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IT 업체 빅3 중 하나 이상에 판매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이로봇의 매핑 기술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아이로봇 주가는 6월 중순에 35달러에서 최근 102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25일에는 IT 업계의 큰 손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아이로봇의 지분을 사들였다. 아이로봇의 시장가치는 현재 24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아이로봇의 새로운 비전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고객의 주택 관련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권리보호단체인 오픈라이츠그룹의 짐 킬록 이사는 아이로봇의 시도에 대해 “기업이 우리의 가정과 삶에서 얻은 데이터로 이득을 취하는 소름 끼치는 예”라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아이로봇의 앵글 CEO는 “고객의 허락 없이 수집한 정보를 판매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홈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대부분 고객이 지도 이용에 동의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아이로봇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던 연구원 3명이 1990년에 창립했다. 지금까지 룸바를 비롯해 바닥청소로봇 ‘스쿠바’와 ‘브라바’, 수영장 청소로봇 ‘미라’를 만들었다. 아이로봇은 청소 로봇 외에도 교육용 로봇, 텔레프레전스 로봇, 병원용 로봇, 국방 로봇 등 다양한 로봇 분야에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