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빨간불’ 면세점…‘그린라이트’는 언제쯤

입력 2017-07-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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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신세계 면세점 9층. 화장품 매장 등이 있는 10층과 달리 한산하다.(김벼리 기자 kimstar1215@)
텅 비어 있었다. 25일 오전 신세계 면세점 9층에서는 매장 직원들만이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9층부터 12층까지 총 4개 층에 걸친 면세점 중 화장품과 향수를 파는 10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산했다.

지난 3월 중국이 ‘한한령’을 발표한 지 4개월가량 지났다. 여전히 면세점업계는 이로 말미암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한령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면세점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화장품 등 뷰티 관련 업계에서는 다소 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면세점들의 뷰티 관련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럼에도 한한령 이후 감소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려면 여전히 멀었다는 데에는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계 면세점에서 한 국내 팬시 브랜드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씨는 “3월 이후 손님이 확 줄었다”면서 “특히 국산 브랜드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세계 면세점의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미용 관련해서는 많이 회복된 편”이라면서 “화장품은 국적보다는 프로모션, 한정품, 중국의 유명 블로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 면세점의 한 한국 브랜드 화장품 매장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10여 명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면세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 관광객이 아니다. 중개상인인 보따리상(代工·따이공)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산 제품을 SNS를 통해 판매한다.

두산타워(두타) 면세점의 한 선글라스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 손님의 90%는 중국인이고 나머지 10%는 동남아인”이라면서 “그 중국인의 대다수가 따이공”이라고 귀띔했다. 신세계 면세점 김씨는 “따이공은 원래부터 많았지만 3월 한한령 이후 갑자기 줄어들었던 것”이라면서 “최근 따이공이 느는 건 그때 잠시 영업을 중단했던 사람들이 재개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롯데 면세점 본점 명품시계매장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면세점 매출이 늘었던 데에는 유커의 영향이 막대했다”면서 “앞으로 면세점 업계의 사활 또한 따이공이 아니라 유커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면세점업계는 나름의 타개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소비자로 눈길을 돌리는 것. 이는 사스 사태 등 위기국면에서 면세점업계가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내국인 매출액이 19.2% 증가한 2억9905만 달러를 기록했다.

오는 9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박모씨는 “원래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계획이 없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각종 할인 혜택이 많아서 지나칠 수 없었다”며 “다음 주쯤 면세점을 직접 가서 물건들을 살펴보고 나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출혈경쟁’이 문제라는 식의 말이 많은데 진짜 문제는 지금 면세점업계 상황이 출혈경쟁조차 못 된다는 것”이라며 “사드 문제 등 외부적 악재가 나아지면 저절로 자율경쟁체제가 작동해 경쟁력 높은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완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점 업계는 그 속성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외생적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매출액, 영업이익 등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전략을 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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