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기업간 격차 해소…세수감소 가능성에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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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초(超)고소득층과 대기업을 조세 대상으로 한정한 점은 역대 국회법안의 소득재분배와 대상 세분화 경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펴낸 ‘트렌드 세법’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정책 목표가 격차 해소에 집중되면서 개인 및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감소하고, 고소득층과 대·중소기업을 직접 겨냥한 법안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20대 국회와 17대 국회를 비교하면, 기업과 개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모두 5.4%포인트 줄었다. 반면 대기업과 고소득자 대상 법안은 각각 4.7%포인트와 3.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보고서는 “격차 해소의 대상이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부의 불평등, 기업과 가계의 격차,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 등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이번 증세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정갑윤 의원 등 10명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 대신에 과세구간을 세분화해 중소·중견기업에 혜택을 주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예산처는 법안 시행 시 내년부터 2022년까지 약 25조 원(연평균 약 5조 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세수 호황 기조가 계속되면 부자 증세는 추동력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예산처가 펴낸 ‘2016~2020 국세수입 전망’에 따르면 “자산시장 둔화 위험 등 대내외 경제 요인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향후 중기 국세수입 증가세의 확대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세수 감소 가능성도 있다. 이번 증세는 이 같은 맥락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론, 세수 확보가 유리한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조준해 조세저항을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예민한 증세 문제를 돌파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