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시청하다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둥 ‘소지’라는 말을 적잖이 듣는다.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오해와 악용과 문제를 야기할 상황이 산재해 있다는 뜻이다.
소지는 한자로 ‘素地’라고 쓰며 각 글자는 ‘바탕 소, 본래 소’, ‘땅 지’라고 훈독한다. 그런데 ‘땅’도 ‘바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素地’는 ‘본래의 바탕’이라는 뜻이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 근본적인 바탕이 될 만한 원인을 ‘素地’라고 하는 것이다.
“…의 소지가 있다”는 말과 ‘…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오해의 소지’라는 말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이 말은 맨 밑바탕에 오해의 원인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맨 밑바탕에 잠복하듯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오해의 근본적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그 밑바탕의 원인이 드러나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발견할 수도 있고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상태가 바로 오해의 소지인 것이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말이나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완전히 같은 의미이다.
‘素地’ 앞에 오는 단어는 거의 다 부정적 의미를 띤다. 좋은 일이라면 밑바탕을 튼튼하게 다질수록 좋겠지만 나쁜 일이라면 절대 밑바탕에 쌓이게 해서는 안 된다. 오해의 소지, 악용의 소지, 문제의 소지… 각종 ‘소지’가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특히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런 ‘素地’들이 쌓여서 결국은 적폐(積幣:누적한 폐단)가 되었다. 쌓여서 적폐가 되기 전에 ‘素地’를 털어내는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