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 등 고용시장 견조·경기회복에도 낮은 인플레가 최대 고민거리…소매업계, 전자상거래 부상에 공격적 할인정책 펼쳐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의 부상에 따른 소매업계의 공격적인 제품 가격 할인정책이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회복 노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성장해 11년 만에 최장 기간 성장세를 보였다. 구직자 대비 구인기업 비율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5월에 1.49배로 4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지난 5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4%로, 일본은행(BOJ) 목표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BOJ는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달 의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연준 목표에 미달한다면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에도 물가상승률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 전자상거래를 그 이유로 꼽는 분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달 말 “우리는 기술이 파괴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던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배경일 수 있다.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최대 소매업체 중 하나인 이온(Aeon)은 지난 4월 우유와 샴푸 등 250여 상품에 가격 인하를 단행했으며 8월에 다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오카다 모토야 이온 사장은 지난 4월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제공하는 낮은 제품 가격을 포함한 소비 트렌드로 일본이 20년 가까이 인플레이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이 끝났다는 것은 거대한 환각”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은 전자상거래가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미만이다. 그러나 가격결정력은 훨씬 큰데 이는 전자상거래의 가파른 성장세에서 비롯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전자상거래 판매는 매년 8~10%씩 성장하고 있어 전반적 소매판매가 정체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미국에서 전자상거래는 8.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 독일에 이어 아마존의 세 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그리고 온라인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 등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토 이즈루 토탄리서치 대표는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와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경쟁이 미국에서 더욱 치열해졌으며 일본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BOJ가 단지 통화정책 완화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