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내 최고급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8일 그동안 갈고 닦은 플래그십 모델 제네시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3일 르노삼성 SM7 뉴아트가 출시된 데 이어 쌍용차가 사양과 가격을 조정한 체어맨 H를 내놓으면서 최고급차 시장은 전면전 양상을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의 SM7 뉴아트는 기술적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디자인을 바꾸고 각종 편의장비를 보강해 상품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쌍용차는 이에 맞서는 한편 곧 데뷔할 체어맨 W와의 차별화를 위해 체어맨 H의 가격과 그레이드를 조정했다.
우선 체어맨 H는 500S(2800cc)와 600S(3200cc)로만 나오며, 기존의 3600cc 엔진은 체어맨 W에 넘겨주게 된다. 500S 고급형은 3537만원, 최고급형 3784만원이며, 600S는 4044만원에 판매된다. SM7 뉴아트 3.5가 3610만~4100만원이므로 체어맨 H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이는 현대 제네시스보다 약간 아래급에 포지셔닝 되는 가격으로, 기존의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사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르노삼성은 SM7 뉴아트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퍼펙트 케어 서비스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3년 또는 6만km 이내 소모품 무상 교환과 소모품 교환 시기 알려주는 AS 컨설팅 서비스, 무상 픽업&딜리버리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르노삼성차가 이런 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은 현대차 제네시스와 쌍용차의 체어맨 W가 나올 경우 화제가 이 두 차종에 집중될 것에 대비한 견제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SM7이 그동안 르노삼성의 실질적인 플래그십 모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의 의미도 담겨져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이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수입차와의 한판 승부를 대비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업체들은 수입차 업체들에게 많은 고객을 빼앗겼다. 특히 혼다 어코드처럼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은 모델에 국산 고급차 구매 가능고객을 많이 빼앗겼다.
일단 국산 고급차의 새 모델이 많이 출시된다는 것은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SM7 뉴아트나 체어맨 H의 경우 새로운 메커니즘보다는 겉모양 다듬기와 편의장비 보강 그리고 새 이름으로 신차 분위기를 낸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SM7은 출시 3년이 지난 모델이지만 엔진이나 미션은 그대로이며, 체어맨 역시 새로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3600cc 엔진을 체어맨 W에 넘겨주면서 기존 엔진만으로 라인업을 꾸려 다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 됐다. 이렇게 최고급차 부문에서 신차개발이 더딜 경우 밀려드는 수입차의 거센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거나 그 치열한 승부의 결과는 1월 중순 발표되는 혼다의 신형 어코드가 공개된 후 수개월이 지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