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개정협상 공식 요청...韓 정부 “재협상 아니다”

입력 2017-07-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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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 다음 달 워싱턴에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시작을 공식 통보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도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나선 셈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협상 과정의 시작을 위해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의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급증했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실제로 줄었다”며 “이는 전임 정부가 이 협정을 인준하도록 요구하면서 미국민들에게 설명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음 달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특별위원회는 한쪽 당사국이 개최 30일 전에 상대국에 통보하게 된다.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하려면 협상 권한을 보유한 의회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고자 재협상 개시 90일 전 의회에 통보하고, 30일 전 협상 목표와 전략 등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국 측은 개정 협상을 통해 자동차와 철강, 원산지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쪽에 큰 폭의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8월 중순 시작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나프타 재협상을 상호 지렛대 삼아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공동위 개최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정문에 따라서 특별공동위 개최 시기와 의제 등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미국의 공동위 개최 요구만으로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양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가 꾸려지면 대미 흑자 감소세와 함께 한미 FTA가 거둔 여러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1~5월 미국을 상대로 68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억 달러나 감소한 수치다. 대미 흑자폭은 2015년 사상 최고인 25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232억 달러로 전년보다 26억 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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