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이르면 내년 해외 자산가들과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이른바 ‘부자 감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 때부터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예고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 복지 확대를 위한 부자 증세 대신 투자 유치를 위한 부자 감세를 택하면서 그의 세제 개혁이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내년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기업과 가계에 정부 계획에 대한 명확성을 주고자 며칠 안에 의회에 세제 개혁 시기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세 시점은 마크롱 대통령과 필리프 총리가 함께 결정한다. 이번 세제 개혁에는 투자 지분에 대한 부유세를 없애고 50~60%에 육박하는 배당금과 기타 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을 소득 규모에 상관없이 30%로 대폭 낮춰 일률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부자 감세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정권과 대척점을 이루는 것이다. 올랑드 전 정부는 부자들을 상대로 소득세를 75% 부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랑드의 정책이 기업가들과 자산가들 엑소더스(탈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부자 감세는 마크롱 대통령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유럽 금융허브 런던의 대안 도시를 찾는 기업가와 자산가들을 의식해 친(親)기업 성향과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고질적인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재정 적자와 부채 문제는 프랑스의 오랜 골칫거리다. EU 역내 2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는 EU가 정한 예산규정을 2007년 이후 계속 초과해왔다. EU는 재정 적자 상한선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3%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국립회계감사원은 올해 프랑스 정부의 GDP 대비 적자 비율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지난주 필리프 총리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감세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프랑스가 공공지출에 “중독됐다”면서 공공지출 줄이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공지출 감소와 세금 감면은 동시에 가능하다며, 감세가 더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