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사망 시 후견업무 계속할 수 있을까…대법 "긴급한 이유 있을 땐 가능"

입력 2017-07-07 09:21수정 2017-07-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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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피후견인 사망 이후에도 긴급한 이유가 있을 경우 후견인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사자가 숨진 이후 후견인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첫 판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조카가 서울가정법원의 ‘임무 수행에 관해 필요한 처분명령’ 청구 결정에 대해 낸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십억 원대 자산가 A씨는 치매에 걸렸으나 돌봐줄 자식이 없었다. 그 와중에 조카가 A씨를 돌본다며 자신을 양자로 입적하고 재산을 야금야금 챙겼다. 이를 보다 못한 또 다른 친척은 A씨를 위해 성년후견을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에 대한 성년후견인으로 변호사를 정했다.

후견인이 된 변호사는 조카가 빼돌린 재산을 되찾기 위해 그를 상대로 입양무효 소송과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등을 냈다. 그런데 소송 도중 A씨가 숨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원칙적으로 후견인이 죽으면 성년후견 업무도 끝나는 탓이다. 하지만 A씨 사건의 경우 소송을 멈추면 조카가 재산을 다 빼돌릴 위험이 있었다.

후견인은 민법의 ‘긴급사무처리’ 조항을 적용해 후견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민법 제691조는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는 수임인, 법정대리인 등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사무 처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조카는 “피후견인 사망으로 후견인 업무는 끝났다”며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했다.

쟁점은 민법의 ‘긴급사무처리’ 규정을 성년후견제도에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대법원은 조카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성년후견인이 관련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후견 사무를 계속하고 관련 소송에 관한 소송행위를 계속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거나 상속인이 그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건을 재심리한 파기환송심은 재차 후견인이 후견을 계속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후견인 외에 A씨가 남긴 재산을 관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조카 등이 상속재산을 숨기거나 다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카는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취지 그대로 결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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