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합작사 WD, 기밀유출 이유로 반대 더욱 거세질 듯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로부터 분사한 도시바메모리 지분 일부를 인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자금만 대며 지분은 인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획에는 SK하이닉스가 소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어 도시바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INCJ와 100% 일본 정부 소유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메모리 지분 66%를 인수하고 나머지는 베인캐피털로 가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후 베인이 보유한 지분 일부나 전부를 얻을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일부나마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잠재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메모리 분야에서 도시바와 합작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격렬한 반대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이미 WD는 미국 법원에 매각 중단 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도시바의 공식 문서에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컨소시엄에 SK하이닉스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또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SK하이닉스는 오직 자금만 제공할 것”이라며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술유출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도시바 측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협상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돈을 빌려줘서 이익을 얻는 은행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미 WD는 SK하이닉스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스티브 밀리건 WD CEO는 지난달 25일 도시바에 보낸 서신에서 “SK하이닉스의 참여로 기술 유출은 물론 합작사업에의 악영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은 INCJ가 일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인수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존재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외국 경쟁사로 도시바메모리의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해외 반도체 기술을 얻어내려는 중국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지분 인수 가능성으로 세계 각국에서의 반독점 심사가 더욱 강해져 도시바메모리 매각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도시바는 이 문제를 들어 WD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규모는 117억 달러(약 13조4117억 원)였으며 삼성전자가 1위, 도시바가 2위를 각각 차지했고 WD와 SK하이닉스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