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식당·카페 점주들, “알바 임금 더 높아지는게 무슨 자본주의”… “문 닫겠다” 한목소리

입력 2017-06-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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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들 “최저임금 인상 환영하지만… 인력 감축·폐점·물가 인상은 걱정”

새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아르바이트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편의점과 식당, 카페 점주들이 하나같이 우려를 표시했다. 각 점포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환영하지만 인상 시 점포가 문을 닫거나 인력 감축은 물론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인상에 앞서 양질의 일자리 조성과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점주들 “알바 임금 높아지는 게 무슨 민주주의야” = 종로5가 광장시장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56) 씨는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편의점 문을 닫아야 한다”며 “지금도 적자인데 본사에 위약금을 주더라도 장사 안 되는 야간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점포 투자도 안 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같이 일하는 점주보다 돈을 더 가져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러면 자본주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대문에서 70석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6·여) 씨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나이도 있으니 가게 문을 닫겠다”고 했다. 김 씨의 한식당에는 직원이 6명 있다. 김 씨는 “임대료로 월 2000만 원을 내고 인건비는 월 1500만 원 정도 지출하는데 점심에도 비는 자리가 많다”며 “오르는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식당도 인력을 감축하거나 음식값을 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210석 규모의 고깃집에서 매니저를 담당하는 김모(48) 씨는 “10년 전만 해도 매출 대비 인건비가 2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0~40%”라며 “식당은 장사 안 되면 인력부터 손보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올릴 거라면 차등 적용하거나 가맹본사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촌호수 인근 편의점 점주인 박모(59·여) 씨는 “매출이 많은 곳에서는 최저임금에 웃돈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매출이 적은 곳의 아르바이트생은 편하게 일하면서 똑같이 인상된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라며 “매출 수준에 따라 인상분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다면 가맹본사가 인상분의 100%는 아니더라도 상부상조 차원에서 절반가량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 “인력 감축이나 폐점은 걱정돼요” =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채용 인력 감축이나 물가 상승, 폐점 증가 등에는 점주들과 의견을 같이했다.

남대문시장 근처 편의점에서 6년째 일하는 김모(30) 씨는 편의점 점주를 꿈꾸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돈을 더 받아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편의점은 정말 가족끼리만 일하는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씨는 “경영주가 아르바이트 직원보다 못 버는 상황이면 누가 점포를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종로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하루 9시간 근무하며 150만 원가량(세전)을 받는 장모(20·여) 씨는 “1만 원으로 최저임금이 올라도 그걸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장 씨는 “1만 원을 받으면 우리야 좋지만 가게 여건을 생각하면 점주가 힘들어질 것 같다”며 “나중에 내가 사장이 된다거나 하면 걱정”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회현역 주변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김모(54·여) 씨는 점주와 직원 둘 모두의 입장이다. 오전에는 남대문에 와서 직원으로 일하고 오후엔 자신의 편의점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며 “편의점 근무 정도의 업무가 1만 원을 받게 된다면 인력 감축보다 문 닫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최저임금 인상보다 숙력된 인력을 키우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대안도 나왔다. 신모(51) 씨는 4년 전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현재 종로 인근 고깃집에서 시급 7000원을 받고 새벽 3~4시까지 하루 11시간 일하고 있다. 그는 “사는 게 너무 어렵다 보니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다른 문제들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일본식 우동집에서 일했다는 그는 “직원이 일한 지 1년이 되면 시험을 치르게 해 ‘캡틴’ 자격을 주고 월급도 10만 원 더 오른다. 하지만 월급을 더 주지 않으려고 시험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 같았고 캡틴이 되지 못하면 다들 그만두더라”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일하면서 더 숙련된 인력에게 임금을 올려준다는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게 더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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