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닉, 무기한 장기휴가 선언
칼라닉은 13일(현지시간) 1만2000명의 우버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에서 “휴가를 떠나는 동안 회사 경영과 관한 직접적인 보고라인에서 물러나 일부 전략적 의사 결정에만 참여할 것”이라면서 “이번 휴가는 이 회사에 필요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지난달 보트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는 아픔도 장기 휴가의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이번 장기휴가 조치는 고강도 내부 감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나온 것이다. 우버는 지난 2월부터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을 기용해 4개월에 걸쳐 내부조사를 실시,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우버에 전반적으로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면서 칼라닉의 역할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우버는 창립 8년 만에 기업가치가 680억 달러가 넘는 회사로 ‘폭풍 성장’했다. 회사 초기 칼라닉의 ‘불도저’ 식의 경영 스타일이 우버 성장에 밑거름이 됐지만 회사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그의 독선적 리더십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우버의 내부 문제가 수면으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월. 우버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수잔 파울러가 우버의 사내 성희롱 사태에 대한 회사 측의 안이한 대처를 폭로했다. 파울러는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인사 관리부서에 알렸지만 회사가 이를 덮었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8년간 급성장하며 성숙하지 못하고 곪아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칼라닉 CEO의 성향이 너무 공격적이고 남성적이어서 회사 내 성희롱 문제를 묵과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당국의 단속 직전까지는 불법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우버가 지난 수년간 단속 경찰관을 식별해 피해갈 수 있는 프로그램 일명 ‘그레이볼(Grey ball)’을 운용해 미국과 프랑스 한국 등에서 단속을 피해 불법영업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는 지난 2월 자율주행기술 특허 침해 등의 혐의로 우버를 제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이를 틈타 우버 서비스 요금을 일시적으로 내려 사업기회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칼라닉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단에 합류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우버 서비스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졌다. 결국 칼라닉이 자문단에서 탈퇴해 간신히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지난 8일에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칼라닉이 2013년 마이애미 휴양지에서 파티를 열며 사내 성관계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섹스 가이드’를 담은 음란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낸 것이 드러났고, 3년 전 한국 출장길에 여성 도우미들이 나오는 룸살롱을 방문한 사실이 들통나는 등 갖가지 윤리 문제가 불거졌다. 13일에는 야후파이낸스가 독점 입수해 공개한 이사회 동영상에서 우버의 여성비하 관행이 그대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 사이 우버의 고위 임원들도 줄줄이 사표를 내며 우버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제프 존스 우버 사장은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사표를 냈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우버의 재무를 담당했던 가우탐 굽타가 지난달 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전날에는 칼라닉의 오른팔이었던 에밀 마이클 부사장까지 사임하는 등 칼라닉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우버 내 쇄신 바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칼라닉의 마초 성향에 짓눌렸던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우버의 첫 여성 이사로 합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날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기 속에서 새 우버가 부상할 것”이라면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우버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장기휴가를 마치고 칼라닉이 회사에 복귀한다 해도 그가 회사 내에서 예전과 같은 역할과 영향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