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의양양’ 마크롱, 힘 빠진 메이에 “EU 잔류 문 열려 있다”

입력 2017-06-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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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 UPI연합뉴스

사흘 차이로 치른 총선에서 희비가 엇갈린 영국과 프랑스 정상. 지난 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가까스로 정권을 유지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3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 총선 압승을 코앞에 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문은 열려 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추진할 동력이 약해진 메이 총리에게 EU 잔류 기회를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이날 정상회담의 주제는 테러 예방책과 양국 간 협력 강화였다. 두 정상은 인터넷상에 테러와 혐오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삭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사실상 주요 쟁점은 브렉시트 협상이었다.

11일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하며 1위 정당을 만들어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EU의 문은 협상 전까지 당연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당당한 제안에는 총선 1차 투표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이 속한 ‘레퓌블뤼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의석이 제로(0)인 신생 정당이나 11일 총선 1차 투표에서 의석 과반을 훌쩍 뛰어넘었고, 오는 18일 결선투표에서도 과반을 쉽게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메이 총리는 지난 8일 총선을 거치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은 기존 의석마저 잃으면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국정 운영에 힘이 빠진 메이 총리에게 마크롱 대통령은 “협상이 진척되면 이를 물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변경하려면 협상 전에 이를 밝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드 브렉시트는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는 강경한 브렉시트 노선을 뜻한다. 다만 마크롱은 “EU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은 영국 국민이 내린 판단”이라며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내가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의 제안에도 메이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재확인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접근권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메이 총리는 “EU와 EU 내 개별 국가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총선 패배 뒤 기업을 위해서라도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기업은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 남아있는 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메이 총리가 총선에서 참패한 뒤 임명한 데미언 그린 신임 국무조정실장 역시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다. 보수당이 연정 대상으로 꼽은 민주연합당(DUP)도 하드 브렉시트가 아닌 소프트 브렉시트를 당론으로 정했다.

당 안팎에서 소프트 브렉시트에 힘이 실리면서 브렉시트 협상은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영국 의회 개원이 늦어질 수 있다며 오는 1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 시작 날짜가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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