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과잉검사 논란도
◇외제車 미지급액 최대 80억 원… 동부화재만 지급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외제차 과소 보험금 관련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은 대형 4개 사 가운데 동부화재만 미지급 총액 13억여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7년(2010년 1월~올해 3월)동안 보험금을 적게 지급받은 외제차 소유주가 대상이다. 13억여 원 중 절반가량은 이미 지급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4월 26일 외제차 자차 사고 시 차량가액이 아닌 이보다 낮은 시가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한 삼성화재, 동부화재를 상대로 검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10일부터는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검사를 받았다. 차량가액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 시점에 기입한 차량 가격이다. 전손처리 시엔 차량가액만큼 보험금을 받게 된다.
예컨대 이들 보험사는 벤틀리 차량 전손처리 시 차량가액(예, 3억 원)이 아닌 사고 시점의 시가(예, 2억7000만 원)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 경우 미지급액 3000만 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라는 것이 당국 입장이다. 동부화재는 차량가액과 시가의 차액인 13억 여원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머지 3개사는 동부화재의 지급 결정에 혼란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미지급 총액은 소급기간을 6~7년으로 추산할 경우 한 회사당 10~20억 원대다. 삼성화재 경우는 소급기간 6년(2011년 1월~올해 3월)을 기준으로 미지급액 19억여 원, 계약건수는 590여 건이다.
삼성화재는 이중 억울한 경우만을 선별해서 지급하는 쪽을 검토하고 있다. 감가상각이 빠른 고급 스포츠 외제차량까지 차량가액 전액을 지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삼성화재 측 입장이다.
◇금감원 과잉검사 논란…“외제車 전손사기 부추기고 국산車 형평성 문제”
이들 3개 사가 지급에 망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차량가액 지급이 전손 보험금 사기를 노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감가를 고려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국산차량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도 국내에 없는 골동품 같은 외제 희귀차량 구해와서 적당히 수리 해놓고는 전손 처리하면 보험사가 수 억 원 보험가액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미지급 문제가 지적된 차량들은 보험개발원이 기준가액을 제공하지 않는 외제차량들이다. 보험개발원은 중고차 시장 등의 적정 시세를 반영해 1년에 네 차례(1·4·7·10월) 기준가액을 보험사에 제공한다. 보험사도 개발원의 기준가액을 그대로 따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기준가액이 제공되는 외제차는 2700여 종으로 전체 외제차의 80%를 차지한다.
문제는 외제차의 20%에서 벌어진다. 기준가액이 제공되지 않다보니 차량가액과 시가의 괴리가 크다. 특히나 고급 외제차일수록 감가상각은 더 빠른 만큼 애초 보험사가 정해놓은 가액과 시가의 현격한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보험금 지급 다툼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나머지 3개 사는 감가를 고려하지 않고 차량가액 그대로 지급하라는 당국의 태도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과잉 검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검사를 단행한 보험준법검사국과 자동차보험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보험팀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살보험금과 연금보험 등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에 보험사들의 지급을 이끌어 낸 것을 발판삼아, 소수의 고가 외제차량 소유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등 논란이 분분한 이 이슈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검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