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들조차 4명중 1명꼴로 비정규직… “수주산업 특성 알고나 하는 고용정책이냐”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업종 특성상 비정규직이 많은 건설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는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건설업계의 근심이 커졌다. 그렇잖아도 새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으로 긴장하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문제까지 겹쳐 좌불안석에 빠진 상태다.
건설업계는 산업의 특성상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공사를 수주하면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기 때문에 수주 여부에 따라 근로자의 채용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내 대형사들조차 근로자 4명당 1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의 비정규직 비율이 41.2%에 달하고, 이어 △현대건설 37.3% △포스코건설 35.9% △대우건설 33.3% △롯데건설 27.5% △현대엔지니어링 26.8% △대림산업 18.1% △SK건설 17.0% △GS건설 12.8% △삼성물산 11.4%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의 비정규직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주택사업 비중이 큰 데다, 최근 분양 물량이 많아 현장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 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공사는 2년 정도 일시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고 푸념했다.
더욱이 인력 채용이 많은 해외 건설공사와 국내 SOC 물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신규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은 단기간 공사가 많아 정규직을 마냥 늘릴 수만도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종별 특성이 있는데 무작정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양질의 공공공사 물량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선행 노력 등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