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총부채 260% 달해…현재 경제성장 속도 유지할지 의문 커져
중국이 부채 증가와 경기둔화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하게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3’에서 ‘A1’으로 강등하면서 경제성장세 약화로 경제 전반에 부채가 실질적으로 증가해 정부 재정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부채 문제를 통제하면서도 현재의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신용등급은 이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과 같은 등급이 됐다. 다른 신평사인 피치는 지난 2013년 중국의 신용등급을 ‘A+’로 강등했는데 이는 무디스 평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탠더드&푸어스(S&P)는 ‘AA-’로 놓고 있다. 그러나 S&P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놓고 있어 강등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무디스는 “중국 정부 부채가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고 오는 2020년에는 4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이 약 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6.7%였다.
중국 정부 부채는 주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디스의 등급 강등에 따른 시장 변동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학 HSBC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금융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신용등급이 강등돼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 국채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나 준(準)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고 해외 투자자 보유분은 최소한도로 적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OB케이히언홀딩스의 주차오핑 이코노미스트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환율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회사채 상환 부담이 커져 위안화 가치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약 260%로, 2008년의 160%에서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급증하는 기업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올 들어 부채 증가 억제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수개월간 금융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리스크가 큰 투자에 대해 단속을 강화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월 이후 두 차례 주요 단기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은 종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해 추가 강등은 없을 것임을 나타냈다. 무디스는 “전망을 ‘안정적’으로 둔 것은 중국이 A1 등급에서는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우리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며 “개혁이 심화하면서 부채 상황이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 운용 범위는 여전히 크며 자본시장이 대부분 닫혀 있어 외부 충격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