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newsfeed)를 보자.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이 떡 하니 등장한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애정하는’ 아이템 앞에서 나는 어느새 카드번호를 누르고 있다. 동영상으로 사용 후 바뀐 현실감 있는 결과를 보면 정말이지 그 화장품 구매의 충동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눈이 가고, 재미있고, 사실적이며 그래서 공감이 된다.
홈쇼핑의 구매 ‘충동질’과 페이스북 뉴스피드의 ‘공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세상의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나를 충동질과 공감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게 된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동영상이라는 매체의 툴(tool)이 그 이유가 될 듯하다. 구구절절한 텍스트와 홍보용 사진의 홍수 속에서 ‘짧고 재미있는’ 30초∼1분가량의 영상은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 화면이 아닌 움직이는 동영상, 재미있는 동영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제목의 1990년대 영화처럼 내 니즈(needs)를 명확히 알아내면 나에게 보인다는 일명 ‘큐레이션 서비스(curation service)’에 사로잡힌 것이다.
2017년의 소비자는 지쳤다. 정보는 무궁무진하나 정보다운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를 찾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거짓의 기술이 정교해서 사실과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소비자는 물품 사용 후기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세상은 여전히 ‘입소문’이라는 거대한 공감 요소에 둘러싸여 있다. 찾기 싫지만 찾아야 하는 그때 누군가가 제대로 골라주듯 눈앞에 시선을 잡는 그것이 바로 큐레이션의 메커니즘이다. 나 대신 믿을 만한 프로세스를 가진 누군가가 제대로 골라주기를 나도 모르게 원하고 있었고, 나는 합리적으로 소비한다고 믿으며 구매를 하게 된다.
자정(自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니, 갑자기 웬 자정이냐고 할 테지만, 합리적 소비라 믿게 하려거든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바로 자정이다.
홈쇼핑이 한동안 성장 가도에 있었던 이유도 인터넷의 환경을 방송의 환경으로 변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MD의 트렌디한 상품 선정과 까다로운 품질 검사(QC), 허위 과대 광고에 대한 자율적인 정화 노력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믿음을 사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기에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면 믿을 수 있어”라는 입소문이 수조 원대의 마켓을 만든 것처럼 결국 돌이켜보면 수많은 정보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상품 선택의 피로감을 최소화해줌으로써 함께 성장해왔던 것이다.
공중파 라이브 홈쇼핑사의 수익률은 해마다 줄고 있다. 최근 성행하는 소셜미디어의 비디오 커머스 또한 곧 불어닥칠 싸늘한 소비자의 시선을 받을까 걱정된다. 모쪼록 자작극으로 들통나 신뢰를 잃은 블로그처럼 소비자에게 또다시 외면당하는 마케팅 툴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는 지쳤고, 조그맣더라도 진실을 원하고 있다. 어쩌면 먼저 맞는 매가 더 인간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겁내지 말고, 진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하자. 그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