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지급이 결정된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이 정작 수령자를 찾지 못해 다시 보험사에 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 3사의 자살보험금 지급률은 6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3사의 미지급금 규모가 최근까지 약 3322억 원(삼성 1740억 원, 한화 910억 원, 교보 672억 원)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할 때 약 1300억 원이 아직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3사는 자살보험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보험금 수령자의 주소가 확인이 되면 ‘유선→안내장 우편발송’ 방법 등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수령자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살보험금 문제는 2000년대 초반에 판매된 상품에서 촉발됐다. 판매 시기가 20년 가까이 흐른 만큼 당사자 정보 확인에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속관계, 행방불명, 신용불량 등의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수령자를 찾지 못한다면 대형 3사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을 법원을 통해 공탁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자살보험금 문제를 겪은 중·소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일부는 수령자를 찾지 못한 보험금을 공탁으로 마무리지었다. ING·동부·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흥국·DGB생명이 일부 건을 공탁으로 처리해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했다.
공탁은 법원 공탁관에게 공탁서, 첨부서류 등을 제출해 신청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미지급한 보험금을 법원에 공탁으로 신청하면 채무를 모두 갚은 것으로 간주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취인이 불명확안 보험금을 안고 있는 것보다 법원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보험사가 법원에 공탁을 신청한 후, 일정 기한에 수령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공탁한 보험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탁법 제9조 3항에는 “공탁물이 금전인 경우 그 원금 또는 이자의 수령, 회수에 대한 권리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금 수령자가 수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령에 대한 권리시작 시점은 사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법무법인 변호사는 “회사가 미지급된 보험금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부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보험금 지급 방법으로 공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