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완화되면서 그간 ‘한한령(限韓令·한국 콘텐츠 금지 조치)’에 억눌려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 직전일 3만3000원이었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17일 3만5650원으로 마감해 6거래일간 8.03% 올랐고, 에스엠도 같은 기간 2만7250원에서 2만9850원으로 주가가 9.54% 상승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차익실현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대선을 전후로 0.44% 상승했다. 이밖에 쇼박스(18.74%), 팬엔터테인먼트(8.36%), IHQ(4.76%) 등 대다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뛰었다.
앞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한국 콘텐츠 제재 움직임에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에스엠의 주가는 4만 원대였으나 사드 배치 결정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달 2만155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또 같은 기간 와이지엔터도 4만6000원에서 2만4000원대로 빠지기도 했다.
최근 엔터주 상승은 새 정부 출범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한류 관련 규제가 해소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그동안 한한령 탓에 방영이 연기됐던 한국 제작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계약을 확정했고, 한국인 PD가 제작한 한 예능 프로그램도 그간 한한령으로 심의가 통과되지 않아 편성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5월 방영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3대 음원사이트인 ‘QQ뮤직’에 K팝 차트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 창작뮤지컬이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되고, 한중합작 신인 그룹의 중국인 멤버들이 베이징에서 쇼케이스를 여는 등 한한령으로 주춤했던 콘서트 업계도 다시 온기가 감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회복 구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해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해 온 이유는 중국 사드 이슈를 중심으로 한 영업 외적 변수에 따른 센티멘털(감정적인 기대감) 악화”라며 “조금이라도 완화될 시 주가 상승 여력은 (다른 업종 대비)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48억2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상승했고, JYP엔터의 1분기 영업이익은 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9.36% 점프했다. 에스엠 또한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 680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