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나오는 불만ㆍ개선 요청사항이 곧 아이디어로 연결
21일 상암동 본사 미디어룸에서 만난 예문해 KT스카이라이프 R&D전략센터장은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과 지식이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방해될 수 있다는 ‘지식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낮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고민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고객이 필요로 하거나 필요로 할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R&D전략센터의 몫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예 센터장은 학구적이고 정적인 느낌의 기존 기술센터장의 이미지와 달리 좀처럼 사무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R&D 민원해결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현장 곳곳을 누비며 의견을 청취한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에도 목동 기술본부가 아닌 상암 본사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예 센터장은 “수시로 본사를 방문해 마케팅·콘텐츠 부서 등에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고, 현장의 반응을 전해 듣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R&D 전략센터에서 개발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들은 모두 현장의 필요한 요구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불만은 곧바로 기술혁신으로 이어졌다. 예 센터장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이나 개선 요청사항 중의 하나가 VOD(주문형비디오) 등 양방향 서비스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지난달 위성-안드로이드TV 상품(skyUHD A+) 에푹(pooq)을 론칭해 위성방송의 숙원사업이던 지상파 VOD 서비스를 선보였고 왓챠플레이, 해피독플러스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형 앱 등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위성-IP 융합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언급했다.
예 센터장은 경영학도 출신의 기술연구센터장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입사 후 경영본부, 콘텐츠본부, 신사업개발실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결론을 얻고 R&D 분야 근무를 자원했다”고 회상했다.
예 센터장이 이끄는 R&D전략센터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20여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스카이라이프는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며 “기존에 없던 기술을 새로 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기술”이라고 본인의 신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위성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 확보한 위성 중계기를 효율화함으로써 기존 중계기 1기의 대역폭을 약 120%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또 채널전환 속도 향상 알고리즘을 개발해 타 플랫폼보다 채널전환 속도가 뒤처졌던 위성방송의 단점을 극복하기도 했다. 예 센터장은 “최근 IPTV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위성방송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IP·모바일과의 결합·융합을 통해 KT스카이라이프를 최강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도 시사했다. 예 센터장은 “AI 서비스를 올해 출시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며 “KT그룹에서 선보인 바 있는 ‘기가지니’와의 연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위성방송 수신기에 기가지니를 탑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5년 만에 정식 서비스로 인정한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정책 미비 탓에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DCS가 보급될 수 있었던 시간을 잃어버린 게 됐다”면서 “지난달 수도권과 전국 5대 광역시에 모든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서비스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