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가 6년 간의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내 안팎의 정치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가 잦아들자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투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도 회복세가 선명하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1분기 신흥시장 경제성장률이 6.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물론 해당 수치가 확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낮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는 신흥시장이 최근 수개월간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흥국 안팎의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실제로 브라질 멕시코 터키 한국 등 주요 신흥국 모두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경제는 회복 기조가 뚜렷하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끊임없이 정치 부패 스캔들로 내홍을 겪고 있고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 국민투표로 국론이 분열됐다. 멕시코 역시 정치 부패 스캔들로 시끄럽다. 한국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환율 불안정성과 정치적 불안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울리크 비에 IIF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민간 제조업의 기업 신뢰도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주요 신흥국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은 17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2개분기 연속 상승세로 시장 전망치(6.8%)도 웃도는 것이다. 터키도 제조업 생산이 3개월 만에 최고 호황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고 달러 대비 리라 가치는 2% 올랐다. 멕시코의 기업 신뢰도도 지난 3월 크게 개선됐다. 아이셰어(iShare) MSCI신흥시장 지수는 올들어 11% 상승했다.
비에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리스크에도 신흥시장이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 신흥시장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에도 탄탄한 기초 체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교역량과 해상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어 올해 글로벌 무역과 경제는 더없이 낙관적이다. NYT는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수출 호황과 중국의 수출 증가세(16%)는 세계 무역이 급증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도 최근 신흥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연차총회를 앞두고 세계 경제성장 전망 보고서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