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 세계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높은 수수료에 비해 수익률이 들쭉날쭉하는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인 ETF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분기에 ETF로 유입된 자금이 1973억 달러(약 224조530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런던 소재 시장조사업체 ETFGI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ETF 인기는 급증했다. 지난해 한 해 전체 ETF에 유입된 신규 자금은 3900억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액티브펀드란 적극적이고 과감한 종목 선정과 운영방식을 통해 시장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고수익을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데 수수료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반대로 패시브펀드는 인덱스펀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가지수 흐름에 가까운 종목을 선택해 시장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다. 액티브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패시펀드의 대표격인 ETF로 몰리고 있다. 로버트 버클랜드 씨티그룹 전략가는 “ETF의 급성장세는 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줄 수수료를 심층적으로 재평가하면서 발생한 상당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움직임은 연기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연금펀드인 ‘오렌지카운티 직장인 은퇴 시스템(OCER)’은 펀드매니저 비용을 줄이려고 이달 초 액티브펀드 비중을 15억 달러 줄이기로 했다.
액티브펀드의 자금이탈은 최근 12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전 세계적으로 액티브펀드를 빠져나간 자금은 523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패시브펀드 유입액은 4340억 달러였다.
이에 자산운용업체의 수익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펀드매니저들의 수입이 전 세계적으로 향후 3년간 최소 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이 내는 자금운용 수수료보다 개인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 수입이 더 크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투명한 가격 책정을 요구하면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펀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FT는 덧붙였다.
비용절감을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인수·합병(M&A)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영국의 스탠다드라이프는 에버딘과의 합병에 합의했으며 프랑스 아문디와 이탈리아의 파이오니아, 영국 핸더슨과 미국의 야누스가 각각 합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