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민투표서 개헌안 가결…에르도안, ‘21세기 술탄’ 등극

입력 2017-04-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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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 EPA연합뉴스

터키의 정치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 즉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1세기 술탄’에 등극하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밤 개헌안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이 51.3%로 반대를 2.5%P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했다고 미국 공영방송 NPR이 보도했다.

터키의 이번 국민투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임을 보장하는 투표 격이었다. 작년 7월 미수에 그친 쿠데타가 발생하고 나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을 계속했다. 당시 쿠데타로 300명이 사망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9개월 넘게 해제하지 않았다.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12만 명의 공무원과 군인을 해고·정직시켰고 100명 이상의 언론인을 포함한 10만 명의 사람들을 체포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투표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영향력이 굳어질지, 아니면 약화할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점쳤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총리직을 폐지하는 대신 부통령직이 신설되고 대통령이 국가 원수 및 행정부의 장을 겸하는 체제로 이행한다. 대통령은 법률과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할 수 있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개헌안이 가결되면서 터키는 현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바뀌고, 그 결과 1세기 만에 국부 아타튀르크 체제는 막을 내리는 셈이다.

개헌안 가결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은 미국 대통령 권한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은 적어도 고위급 인사 시에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바뀐 터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판·검사 인사에 막강한 권한을 가져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같은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보다 대통령 권한이 폭넓어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는 5년으로 같아졌고 같은 날 동시에 선거를 치르게 된다. 개헌 가결 뒤 대선과 총선은 2019년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길을 열었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 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시행하면 2034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초장기 집권이 가능한 발판을 마련했으나 야당의 반발과 유럽과의 갈등 해결 등 난제가 남아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개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선거관리위원회가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를 유효표로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전까지 모든 선거에서는 날인이 없는 투표지는 모두 무효표 처리됐으나 이날 개표 직전 선관위는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CHP는 선관위에 조작 투표에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난민송환협정, 비자 면제협상, EU 가입 등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송환협정과 EU 가입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 투표에 앞서 각국 헌재의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는 터키 개헌안에 우려를 표했다. 베니스위원회 측은 “터키 개헌안은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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