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첫 미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독일, 스위스 등 6개국에 대한 기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없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재무부는 해당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GDP 대비 2%가 넘는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번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2016년 기준 대미무역흑자 277억 달러, GDP 7% 수준의 경상흑자 등 2개 요건만 해당한다고 보고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키로 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의 경우 대미무역흑자(2016년 3470억 달러) 요건만 충족했지만, 지난해 4월 경상흑자 등 2개 요건이 충족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또 관찰대상국 목록에 유지됐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수출경쟁력을 챙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이같은 공약을 백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중국은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 철회를 시사했다. 다만 재무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의 과거 환율개입 조치가 미국 노동자에게 중대하고 오래 지속되는 어려움을 초래했으며 이후 미국은 외환과 무역 관행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경고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 유턴은 이들 교역국과 경제전문가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는 있으나 그의 보호무역정책을 지지했던 이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과 대만, 독일 스위스도 세 가지 요건 중 2가지를 충족해 관찰대상국 지정이 유지됐다. 미국은 한번 관찰대상국에 지정하면 최소 2번까지 연속해서 보고서 상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국가는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신규 자금지원과 조달 참여가 금지된다. 또한 추후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사항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