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불어 온 혁신의 바람 ‘다이슨’…급성장 가능했던 까닭

입력 2017-04-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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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으로 증명하고자 고군분투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창립자. 출처 = 다이슨 홈페이지

날개 없는 선풍기, 소음 없는 드라이기, 선 없는 청소기. 고정관념을 깨는 전자제품으로 ‘영국의 애플’이라 불리는 다이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고가임에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탄 결과다. 홈쇼핑, 온라인 몰에서 그치지 않고 유통 플랫폼을 확대해 한국 시장까지 확장해 들어온 다이슨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다이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6억1300만 파운드(약 8672억 원)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대비 45% 증가한 25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파운드가 약세임을 고려했을 때 다이슨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1993년에 회사를 설립한 제임스 다이슨 최고경영자(CEO)의 몸값은 50억 파운드에 달한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오직 제품에만 집중하라” = 다이슨 창업자는 1970년대 후반까지 수레바퀴 같은 물건을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그는 1982년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다. 5년간 500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맺은 결실이었다. 개발만큼 창업까지도 오래 걸렸다. 그는 1993년 회사를 세우며 “나는 사업가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사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라며 “집을 저당잡힌 채로 뛰어든 것이어서 당연히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NYT는 지적인 외모, 영국 악섹트의 깔끔한 헤어스타일에서 다이슨 창업자의 강단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20년 전 다이슨에 입사한 마이클 알드레드 엔지니어도 다이슨 창업자의 강단을 증언했다. 알드레드 엔지니어는 “때때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 제임스 다이슨은 항상 제품에만 집중하라”고 했다며 “그러면 모든 것이 뒤따라 오게 되어 있다고 단언했다”고 밝혔다.

다이슨은 눈길을 끄는 디자인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결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을 출시했다. 그때마다 전자제품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NYT는 다이슨이 초반에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이나 핏빗, 고프로 같은 하드웨어 브랜드들은 해당 물건 자체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후발 주자들이 비슷한 물건을 금방 내놓고 제품으로 나는 이윤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슨은 물건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컨설팅업체 크레이티브스트래티지의 팀 바라진 회장은 “프리미엄 시장이 아니면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애플과 다이슨은 기술과 디자인에서 최고를 선점하면서 그것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맘스베리에 있는 다이슨 본사는 컴퓨터 화면을 일체 사진 촬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일부 연구실 기계들은 검은 쓰레기봉투로 가려져 있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보안을 신경 쓴다는 의미다. 매해 매출의 14.5%가 연구 개발비로 쓰일 정도다. 다이슨의 스티브 코트니 신제품 부문 책임자는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개발하면 시장은 빠르게 이동한다”며 “우리는 새롭고 거대한 신시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기차까지 손 뻗을까 = 다이슨의 맥스 콘체 최고경영자(CEO)는 “5년 전 우리 매출의 85%는 유선 진공청소기에서 나왔다”며 “이제 매출의 80%가 드라이기 같은 신제품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슨은 전기차 배터리, 러닝 머신 등 기타 첨단 기술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이슨의 신제품 개발에는 전기차가 포함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2015년 다이슨은 배터리 업체 삭티3를 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삭티3은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다. 다이슨은 2020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배터리 생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업체인 테슬라와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애스턴마틴의 임원을 영입했다.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이슨 측은 공식적으로는 전기차 개발을 부인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의 창업자의 장남인 제이크 다이슨은 현재 다이슨을 이끌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꼽힌다. 그는 “우리는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도전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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