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정치경제부 기자
당시 총선 사흘 전인 4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새누리당 157 ~ 175석, 민주당 83 ~ 100석, 국민의당 25 ~ 32석, 정의당 3 ~ 8석의 예측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됐다. 특히 서울 종로가 주목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45.8%, 민주당 정세균 후보 28.6%로 줄곧 오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섰지만 선거 결과는 정 후보 52.6%, 오 후보 39.7%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번 대선도 여론조사를 두고 말이 많다. 한동안 독주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눌렀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여의도가 시끌벅적하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특정 후보 띄우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안철수 캠프에서는 “패권주의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받아치고 있다. 두 후보 간 네거티브전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 투표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후보와 실제 투표장에서 찍는 후보는 다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이 클린턴의 완승을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트럼프의 승리였다. 여론조사에 목을 매지 말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