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와 회동…G2,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 강조 의도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판정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귀국길에 알래스카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의 기습적인 시리아 폭격에 정상회담의 빛이 바랜 가운데 시 주석은 알래스카 방문을 통해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거듭 보여주려 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풀이했다.
시 주석의 전용기는 지난 7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귀국길에 연료를 보충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에 착륙했다. 비행장에는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와 관리들이 나와 시 주석을 환영했다. 이어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대표단은 자동차로 앵커리지 주변의 관광명소로 향해 알래스카의 풍광을 만끽했으며 시 주석은 이후 워커 주지사와 회담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워커 주지사에게 “지역 협력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전후로 중국에 거친 비판을 가하면서 미중 관계에 혼란이 일어난 가운데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을 새로운 관계 조성을 위한 중요한 기회로 여겼다.
그러나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만찬을 즐기던 중에 미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징벌의 일환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하면서 회담은 예기치 않은, 미묘한 국면으로 빠져들게 됐다.
중국 측은 시리아 공습이나 북한 핵위협 논의, 무역전쟁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한 ‘100일 계획’ 등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두 정상이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쌓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시 주석이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도 잘 다룰 수 있다는 이미지를 중국인에게 주려는 의도라고 WSJ는 설명했다. 런민대학의 양이웨이 국제학 교수는 “트럼프 취임 이후 정상회담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은 성과”라며 “그러나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시리아 미사일 폭격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알래스카에서 초점을 다시 중국과 미국 간 무역과 경제에 맞추려 했다. 중국은 알래스카의 최대 수출국이다. 알래스카는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1360억 원) 이상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생선이었다. 시 주석은 워커 주지사와의 회담에서 “중국과 알래스카는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어류와 관광산업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중한 손님을 맞게 된 알래스카 측도 매우 기뻐하는 반응을 보였다. 알래스카 주 상무부 장관인 크리스 흘라딕은 “우리 주 최대 무역파트너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회였다”며 “이번 회의는 ‘일생에 한 번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워커 주지사는 “알래스카는 중국이 30년간 쓸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후이야오 중국·글로벌화싱크탱크 주임은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에 알래스카에 투자와 경제협력의 새 기회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전 핀란드에 이어 이번에 알래스카를 방문하면서 중국이 북극을 중심으로 한 새 경제기회에 주목한다는 점을 확인시켰다고 풀이했다.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북극 항로와 같은 이슈들은 중국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