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실리콘밸리보다 아세안”… 개도국 벗어나 스타트업 천국으로

입력 2017-04-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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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왜 지금 아세안을 말하는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 스타트업 붐이 뜨겁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인터넷 기술의 진원지였다면 아세안은 기술 산업 수요에 힘입어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만 하기엔 이 지역의 기술력이 의외로 첨단을 걷고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 IT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벤처기업의 천국’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알아봤다. 미국 유명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500스타트업’은 지난해 10월 동남아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500두리안II’ 펀드를 출범시켰다. 동남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열대 과일 ‘두리안’의 이름을 딴 이 펀드는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출범한 투자 펀드다. 규모는 총 5000만 달러(약 561억 원)로 종전 펀드 규모보다 2배가 늘어났다. 500스타트업은 2014년 첫 두리안 펀드를 통해 동남아 119개 기업에 투자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업체 ‘그랩’ 초기 사업 종잣돈도 스타트업500이 해당 펀드에서 일부 지원된 것이다. 500두리안II 펀드는 앞으로 200개 동남아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열기도 뜨겁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4월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라자다’를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일본 소프트뱅크는 2015년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하는 동남아 벤처기업도 배출되고 있다. 그랩의 회사 가치는 3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123RF’는 게티이미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이미지 콘텐츠 업체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고젝’도 최근 현지에서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업체들이 아세안 지역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역의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국민의 소득도 늘어나면서 IT 기술 수요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 인구 6억6000만 명 중 40%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나, 2020년에는 이 비율이 60%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남아 국가 전체 노동인구의 70%가 40대 미만이고 문맹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IT 기술 수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지역 정부들이 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최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론칭했다. 지난달 태국은 표준법인세율을 30%에서 20%로 낮췄다. 필리핀은 법인세율을 30%에서 25%로 낮출 계획을 밝혔고, 베트남 역시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개발도상국 이미지를 벗고 창업하기 좋은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7일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Y&R 산하 브랜드 전략업체 BAV컨설팅과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과 함께 6000명의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하기 가장 좋은 국가 순위의 상위 10위권에 아세안 지역 5개국이 포함됐다. 1위는 태국이 차지했다. 3위는 말레이시아, 5위는 인도네시아, 6위는 싱가포르였다. 8위와 9위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은 7위, 한국은 1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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