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조림은 미래의 희망을 심는 최고의 투자

입력 2017-04-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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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숲은 아픈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도와주는 병원이자, 맑고 신선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는 자연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국민의 쉼터이자 임업인의 삶터이며 일터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4년에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 그 가치가 무려 12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기능은 토사 유출 방지와 산림 휴양이고, 그 외에 수원 함량, 산림 경관, 산소 생산, 생물 다양성, 산림 정수, 토사 붕괴 방지, 대기 질 개선, 온실가스 흡수, 산림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과 일제의 산림 수탈, 가난으로 인한 무분별한 벌채 등으로 산림이 크게 훼손돼 국토 곳곳이 민둥산이었다. 하지만 1961년 산림법을 제정하면서 산림 녹화가 시작됐고,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과 연계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면서 온 국민이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대대적인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국토의 64%에 해당하는 산이 해가 갈수록 푸르게 바뀌었다.

아킴 슈타이너 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한국의 조림사업은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평가했다. 또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개도국에서 우리나라의 조림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나라가 세계의 모범 산림국으로 알려지기까지는 정부의 노력도 컸으나 조림가를 비롯한 민간인들의 수고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53년 출판된 이후 60여 년 동안 13개 언어로 번역돼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대가 없는 나무 심기는 1만 명의 사람들을 마을로 불러 모았고, 마을은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산림 녹화의 선구자인 춘원(春園) 임종국(林種國) 선생은 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우리에게 치유의 숲으로 널리 알려진 전남 장성에 위치한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바로 춘원이 평생을 들여 가꾼 결실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년여간 축령산 569ha에 280만여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자비로 심고 가꿨다. 자생 수종이 아닌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가뭄이 들면 뿌리까지 타들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500m 산 아래까지 가서 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는 등 엄청난 수고를 해야 했다. 조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나무 심기가 확산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조림왕 춘원이 정성을 다해 심고 가꾼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이제 20m가 넘는 거목으로 자라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조성지가 됐다. 특히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해 암이나 아토피, 천식 등에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간 40만여 명이 이곳을 방문해 치료를 받거나, 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성군의 인구가 4만7000여 명인데, 전국에서 8배나 더 많은 이들이 치유의 숲을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수고와 헌신으로 조성된 축령산 치유의 숲은 많은 사람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됐다.

춘원 임종국 선생은 죽음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것이 나라 사랑하는 길이다”라고 유언했다고 전해진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오염된 공기와 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실천해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무를 심는 것은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고 가꾸는 일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4월에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우리는 물론 후손들을 위한 희망의 나무를 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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