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협력 ‘T-AR 탱고’ 3차원 공간에 가상 콘텐츠 구현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진두지휘하는 전진수<사진> SK텔레콤 종합기술원 VX(Virtual Experience) 테크랩장은 시종일관 에너지가 흘러 넘쳤다. 엔지니어로서 한우물만 판 그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AR와 VR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이어갔다. AR·VR 관련된 SK텔레콤의 중장기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면서도 승자독식 구조의 AR·VR 시장에서 국내 IT 업체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전 랩장은 “사람의 가장 큰 욕구는 멋진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인데, 스마트폰 등 기존 디바이스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사용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AR·VR 산업은 지금의 PC 시장과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의 AR·VR 연구의 산증인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전 랩장은 2011년 말 SK텔레콤 종합기술원으로 이직하면서 AR·VR·인공지능(AI) 개발을 시작했다. 종합기술원 내에 AI 개발 전담 부서가 생기면서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AR와 VR 연구에 집중했다. SK텔레콤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구글은 SK텔레콤에 러브콜을 보냈고, 이들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2015년에 AR 플랫폼 ‘T-AR 탱고’를 출시했다. 구글이 통신회사와 손잡고 AR 관련 기술협업을 진행한 첫 사례다. T-AR 탱고는 3차원 공간을 분석해 가상의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예컨대 우주의 행성들을 방 안으로 불러올 수 있고 나의 방 안에 가상의 인테리어를 꾸미는 일도 가능하다.
전 랩장은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협업 사례로 발표했는데, 당시 구글 측이 동쪽의 작은 나라의 통신사지만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극찬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SK텔레콤은 구글과 3차원 공간을 인식해 가상의 콘텐츠를 표시할 수 있는 증강현실·가상현실 통합 플랫폼 ‘T real(티 리얼)’과 손가락의 미세한 동작까지 정밀하게 인식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연구 중이다.
전 랩장은 “게임에 국한된 AR와 VR가 가까운 시일 내에 교육과 의료 분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5년 뒤인 2022년쯤 돼야 AR 기술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포켓몬고’가 인기를 끌자 글로벌 IT 기업들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면서 AR와 VR를 넘나드는 MR(혼합현실) 기술로 발전했다.
그는 “AR, VR 기술을 활용한 MR는 3차원 실감형 교육과 원격 협진(Tele-medicine)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은 조만간 EBS와 함께 AR와 VR를 넘나드는 MR를 활용, 실감형 교육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전 랩장은 “아이들을 교육할 때 공간 지각 부분을 설명해 주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며 “예컨대 우주공간을 설명할 때 MR를 활용해 가상의 우주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설명하면 아이들의 이해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R·VR 산업 발전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인내심도 주문했다. 그는 “SK텔레콤 AI 서비스 ‘누구’ 같은 경우 기술 개발만 10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라며 “현재 AR와 VR 산업은 글로벌 IT 업체 한두 군데가 독식하는 구조인데 이를 깨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실제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방식.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특수한 안경 등을 쓰고 사용자가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실제 가상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방식.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단순히 가상 공간을 보는 것을 넘어 실제 현실처럼 걷는 속도, 시선의 위치 등에 따라 각기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