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파면(罷免)

입력 2017-03-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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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에서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主文:판결주문判決主文의 약칭)이 낭독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파면(罷免)은 각각 ‘마칠 파, 그만둘 파’, ‘면할 면’이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파면’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직무나 직업을 그만두게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파면을 당한 것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파면을 당하는 일은 듣기도 하고 보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는 일은 처음이라서 일부 국민들은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다소 생소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주문을 듣고서야 대통령에게도 파면이라는 용어가 적용될 수 있음을 알고서 법의 위력과 국민의 힘에 대해 경외감과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주의 국가임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제왕의 권력이 막강했던 과거 왕정시대에는 왕이 파면당하는 일이 없었을까? 있었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다만 그때는 ‘파면’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폐위(廢位)’라는 말을 사용했다. 연산군을 폐하고 중종이 즉위하는 과정에서 중종의 어머니인 대비 윤씨의 명의로 발표한 글, 즉 오늘날로 치자면 주문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리석은 이를 폐하고 밝은 사람을 세우는 것은 고금에 통용되는 의리이다. 이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따라 진성대군을 사저에서 맞아 대위(大位:王位)에 나아가게 하고 전왕(前王)은 폐하여 교동(喬桐)에 안치하게 하노라.”

어리석은 이를 폐하고 밝은 사람을 세우려는 백성이나 국민의 뜻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고금에 통용되는 의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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