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재계, “반(反)기업정서 여전…대선정국 ‘경제민주화’ 격랑 우려”

입력 2017-03-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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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비롯한 소추위원단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용 선고를 내리자 재계는 “이제 국정 공백을 매듭짓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탄핵심판 결과를 놓고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확산된 반 기업 정서가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 탓에 탄핵 여부 결정 후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이 엿보이지만, 반기업정서 증폭 등 불안감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정경유착 철폐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는 분석에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다.

또한 곧바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경제 정책 공백 상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 관련 정치 논리에 모든 이슈가 함몰되면 재계의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대기업 대관 업무 등이 숨죽이는 상황에서 누가 실물 경제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정치적 문제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기업 운영의 큰 방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사회적인 민심이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정쟁이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여전히 재계의 현안을 챙길 주체는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 정국 동안 대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이 더 커졌는데 헌재 선고 이후 이런 분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입장에서는 이번 탄핵심판 정국 후폭풍으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국회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소송 도입, 자사주 처분 규제 부활 등 기업 경영권을 제약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대거 계류돼 있다. 또 야권 후보사이 선명성 경쟁을 위해 대선 공약으로 대거 나올 경우 경영 환경은 또 한번의 큰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으로부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롯데에 이어 삼성과 LG, 현대차 등 중국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은 한중 사드 갈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미국 제일주의’ 역시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미국에 공장 설립을 검토중인데, 이는 결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장벽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금의 상황에선 국정 마비 상태가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등 각종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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