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환경부 케이블카 규제 환경영향평가로 반쪽 정책 …국무조정실은 정책조율 손 놔
정부는 지난달 27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케이블카 규제 완화를 내놨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업자들이 가장 부담으로 느끼는 환경 규제 완화는 빠졌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등 국정 혼란 속에서 부처 간 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정책 추진이 겉돌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컨트롤타워로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독단적인 정책 발표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카 규제 완화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다수 법령의 유사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함에 따라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스톱 승인심사 시스템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지자체와 관계부처에 개별 신청을 했지만 지자체에만 신청하면 지자체가 소관부처와 협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첫 난관인 환경영향평가는 그대로 놔둔 것이다. 국토부는 환경부와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34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충전소도 인·허가권을 놓고 국토부와 환경부가 다투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2025년까지 충전소를 포함한 복합휴게소 20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허가를 어느 부처가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0년까지 충전소 10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번에는 국토부가 2025년까지 20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충전소 설치를 경쟁하는 모양새다.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채취하는 바다 모래를 놓고서는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간 협의가 늦어져 어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그제서야 협의에 들어가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긴 유일호 부총리는 컨트롤타워라기보다는 부처 간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일호 부총리는 자유무역협상(FTA)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에 맞서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작 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부처 간 불협화음을 조율해야 하는 국무조정실도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부처들은 국무조정실이 정책 조율보다는 총리에게 보고할 문서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한다. 조직만 비대해지고 효율은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이 노골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결국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