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마지막 날, 2인자들의 쓸쓸한 퇴장...이재용 부회장 '진노' 있었나

입력 2017-03-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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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온 미래전략실의 공식 해체를 선언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미전실 해체와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 자율경영 등을 골자로 하는 그룹 경영쇄신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동근 기자 foto@
“퇴사 하셨지만, 아직 짐 정리 때문에 몇 분은 나와 계세요.” 지난 1일부로 퇴사한 미래전략실 7명의 팀장들 중 몇명은 3일 서초사옥 사무실에 출근해 짐을 정리했다. 미래전략실 사무실 집기는 이번 주 중 철거될 예정이다. 3일을 마지막으로 사무실이 폐쇄되면서 58년 동안 이어져 온 미래전략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ㆍ과장ㆍ부장을 거쳐 꿈에 그리던 임원을 달았고, ‘별 중의 별’이라 불리는 삼성 사장직에 오른 그들이었다. 미래전략실이란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팀장을 맡으면서 ‘잘 해내겠다’는 각오도 수차례 다졌다. 새벽부터 서초 사옥으로 출근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별을 보며 퇴근길에 올랐다.

총수 아래 2인자로 불렸던 이들이지만 마지막 예우는 없었다. 삼성은 보통 사장급 이상이 퇴사할 경우 계열사 고문 등으로 일정 기간 자리 보존을 해줬는데, 이번엔 관행을 완전히 깼다. 과거 부회장이었던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동안 삼성전자 고문,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 등으로 재직했다.

급작스러운 데다 명예로운 퇴진이 아니다보니 별다른 퇴임식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 28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각 팀장들에게 사표를 걷어 수리하고, 오후 5시쯤 마지막 조회를 연게 다였다.

입이 무거웠던 미전실 팀장들은 지난 28일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얼굴을 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겠다”며 편안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착찹하면서도, 한편으론 모든 게 끝났다는 평온한 표정도 읽혔다.

250여명에 달하는 미전실 임직원들 역시 새로운 곳으로 옮길 준비를 마쳤다. 사무실 책상은 컴퓨터를 제외하고 깨끗이 치워졌고, 짐을 넣은 상자들만 수북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무슨 심정인지 저도 몰겠어요. 짐정리를 다한 직원은 모니터만 그냥 바라보고 있습니다.” 옛 미전실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로 발령이 날 예정이다. 어느 계열사로 갈 지는 이날 퇴근전에 최종 결정된다.

미전실에 속했던 사내방송(SBC)도 지난 2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2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 1989년 도입된 삼성그룹 사내방송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8시부터 10∼15분간 전국 사업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파를 탔다. 삼성그룹 홈페이지 역시 다음달 4일 서비스 종료된다는 공지를 이날 오전 띄웠다.

화려했던 영광이 하루 아침에 몰락해버린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노'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청문회'에서 자신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참모들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재계 원로급 고위 관계자는 "1억원만 없어져도 순식간에 진상을 파악해 원상복구에 나서는 '관리의 삼성'이 아닌가"라면서 "그런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수백억원대의 자금흐름을 모른다고 대답한 것은 참모들의 잘못된 조언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차라리 이 부회장이 '당시 대통령의 요구가 있어 응했으며, 사후관리가 잘못된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다면 구속은 피했을지 모른다"면서 "결과적으로 총수만 구속되고 참모들은 법적책임을 면하는 형국이 됐으니 이 부회장의 심기가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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