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쓴소리 겸허히 수용… ‘그룹 해체’ 초강수 투명경영 강화
삼성은 특검이 28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곧바로 그룹 해체 수준 내용을 담은 경영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상과 달리 ‘선 해체, 후 수습’이라는 방침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이는 이번 특검으로 불거진 반(反) 삼성 정서와의 화해가 최우선이라는 수뇌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 경영인 체제가 탄탄하게 유지된 만큼,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벌 반감, 삼성에 고스란히… 신뢰 회복 최우선 = 쇄신안의 큰 골자는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각 계열사 독자 경영과 이사회 강화 등 선언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여, 과거 삼성이 취해온 행보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란 평가다.
삼성의 입장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것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재계 맏형으로 불리는 삼성은 상징적인 존재로 비쳐지고 있는 터라, 재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은 삼성에 가장 먼저 투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보다 훨씬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되고 일부 수뇌부의 거취가 결정되면, 그룹 내 세대교체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사재출연도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한 뒤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를 본 부분에 대한 보전 방안 등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구현·사필귀정 구호에 놀란 재계 = 삼성의 경영 쇄신안은 재계 전반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기업 정서 여론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그룹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주요 대기업마다 각종 특혜 의혹과 함께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등 부도덕한 경영 행태를 간간이 드러낸 터라, 이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상당한 상황이다.
과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회사 돈 횡령 등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분식회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여 년에 걸쳐 5차례나 검찰조사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SK를 비롯해 LG,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의 투명성 강화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면서 이들 그룹들도 같은 맥락의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부금과 후원금 출연 시 기준과 절차와 관련해서 투명성이 우선시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