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헛구호' 더이상 없다…수치 사라진 경제공약

입력 2017-02-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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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선주자들의 대표적인 경제공약에서 수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고령화와 대외 경제여건 악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더 이상 성장률이나 고용률을 눈에 띄게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엔 MB정부의 ‘747’, 박근혜 정부의 ‘474’ 등 수치를 목표로 한 과거 대선주자들의 경제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표만 얻어내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흐른 데 따른 경계심도 반영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21일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부문에 비정규직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고, 높은 임금을 받지만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좋은 일자리’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어떤 정치인은 일자리를 몇 개 만들겠다고 하는 데 옳지 않은 주장”이라며 “기업과 민간이 열심히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가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숫자 청사진 대신 중장기적 구조 개혁과 단기적 처방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공법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일 경제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개수,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 구체적 수치를 아예 내놓지 않았다. 대신 안 지사는 공정한 시장경제와 혁신형 경제성장, 개방형 통상국가를 정책의 큰 그림으로 제시하며 기존 정부 주도·재벌 중심 산업 구조를 공정한 시장질서에 적합한 산업구조로 재편하면 기업이 성장하게 돼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따라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공약’으로 다른 대선주자들의 비판 공세를 받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공약에 수치를 넣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캠프의 한 관계자는“81만 개 일자리 공약은 후보가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숫자를 내세우면 공격의 대상이 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 내에서도 숫자 공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는 일자리 갯수를 목표로 한 공약이 선심성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일자리 300만 개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일자리도시’ 건설이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안 의원 측은 “쌀 과잉생산에 따라 정부가 축소하기로 한 논 2억7000만 평 중 1억 평을 활용해 전국의 10곳에 1000만 평 규모의 일자리도시를 건설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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