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늘려야 하는 에너지 기업들… 경제성 따져보니 ‘난감하네’

입력 2017-02-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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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뉴시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내 셰일가스와 원유 등을 적극 개발하기로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도 미국 신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최근 에너지업계에 미국산 가스·원유 도입 등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기업들은 현재 경제성을 따져봤을 때 미국산 가스와 원유를 늘리는 것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간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서 채굴한 원유를 국내로 수입한 건 41년 만이다. SK E&S는 지난달 초 발전소 가동을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사빈패스 LNG 터미널로부터 6만6000톤의 셰일가스를 도입했으며, 2019년부터는 미국 프리포트 프로젝트에서 20년간 셰일가스를 연간 최대 220만 톤 들여올 계획이다. GS EPS 역시 미 캐머런 프로젝트에서 2019년부터 20년간 매년 60만 톤의 셰일가스를 수입할 예정이다.

일부 기업이 미국산 가스와 원유 도입에 나선 상황이지만, 아직 대다수의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산 가스와 원유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우선 원유의 경우 운송료와 설비시설 등이 문제다.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운송료를 감안하면 경제성은 중동산이 낫다.

그나마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VLCC로 나르면 운송료를 낮출 수 있지만, 이 정도 크기의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콘덴세이트 정제시설도 대부분 중동산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는데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콘덴세이트 정제를 위해서는 설비 변경이 필수적이다.

LPG 업체들도 미국산 LPG가 중동산과 비교해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해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중동산은 운송 기간이 18~20일로, 미국산보다 짧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확장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더라도 미국산은 LPG 운송기간이 중동산보다 10일이나 더 걸린다. 미국산의 운송비용 또한 중동산의 두 배 수준 정도로 알려졌다. 한 LPG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보니 운송료가 더 비쌀 수밖에 없다”며 “시황은 늘 체크하고 있지만 현 시점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미국산 도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SK E&S, GS EPS 등 LNG 업계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셰일가스를 수입하게 되지만, 이는 과거 장기 도입 계약을 맺은 물량이 들어오는 것이다. 현재 국내 LNG 발전은 전력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만 가동되는 ‘첨두발전’ 방식이다. 발전원가가 싼 원자력·석탄발전 등 기저발전을 먼저 가동하고 전력공급이 부족할 때만 LNG 발전이 가동된다. 전력 수요가 감소해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 가동률이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매년 하락 추세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67% 였던 가동률은 2014년 53%, 지난해에는 30%대로 하락했다. 한 LNG 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산 가스 도입을 독려하는 것은 업체들에게 부담”이라며 “직수입한 LNG 일부를 다른 기업에 팔 수 있게 하거나 이원화된 기저부하 시장과 첨두 시장을 통합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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