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프리 존스 前 암참 회장 “선장 없는 한국, 트럼프 상대할 사람 빨리 찾아야”

입력 2017-01-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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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前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제프리 존스

팍팍한 살림살이와 극심한 취업난,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로 한국인 사이에서조차 ‘우리나라’라는 말보다 ‘헬조선’이라는 조어가 더 익숙한 요즘이다. 그러나 지난 24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이 외국인은 한국을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라고 불렀다. 미래의동반자재단 제프리 존스 이사장(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내자동 사무실에서 만난 미래의동반자재단 제프리 존스 이사장. 출처 = 이투데이

“슬프죠.”

존스 이사장은 현 시국을 이 세 글자로 요약했다. 1980년 국내에 정착해 한국의 변화상을 생생히 목격한 존스 이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박근혜)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는 상황 자체도 비참하지만, 세계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때에 한국이라는 배를 이끌 선장이 부재한 격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빨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사람이 정해져야 한다”며 “트럼프와 친구를 맺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보면서 존스 이사장은 섬뜩함을 느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외친 ‘미국 우선주의’에서 솔직함을 가장한 뻔뻔스러움을 읽었어요.”라고 털어놓는 그. 존스 이사장은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익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며 “어떤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습관처럼 ‘거래’를 해오던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통상도 일종의 ‘거래’로 여긴다는 것.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냐’는 트럼프의 태도가 자연스러운 이유다. 존스 이사장은 “트럼프와의 거래를 성공으로 이끌 사람이 나타날 때 비로소 지금 한국이 겪는 불안한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존스 이사장은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의 행보를 보며 당선을 일부분 예상했다고 한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첫 대선 후보 토론 때 트럼프를 눈여겨봤다. “트럼프는 분명히 안정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후보였지만 엔터테이닝한 요소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존스 이사장은 “심심한 모범생인 힐러리와 대조적으로 강한 힘이 느껴졌고 그 힘이 당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존스 이사장은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트럼프의 행보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했지만 자유 무역주의의 끈을 놓을 리 없다는 게 존스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트럼프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질서에 따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며 “지금은 외교적인 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 공장 문을 닫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렸다”고도 했다. 멕시코 등으로의 공장 이전을 철회한 기업들이 미국인을 고용하면 높은 인건비를 견딜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이는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정부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존스 이사장은 “말”이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크게 충격적인 부분은 없다”며 “문제는 그 정책을 험악한 말로 표현해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안보를 위해 출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공약을 ‘무슬림 입국 금지’로 표현하는 식이다. 존스 이사장은 “작은 오해와 불신이 쌓여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시대에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미국과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과거 미국 정부와 무역 협상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양보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거래’에서 이익을 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 루즈 아이 윈(You lose-I win)’이 아닌 ‘윈윈(Win-Win)’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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