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獨키몬다 파산에 日엘피다는 마이크론에 흡수
치킨게임이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판사판’의 극단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온, 대만 이노테라,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가격 경쟁을 펼쳤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무서운 경쟁이었다.
D램은 공급량과 가격,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기술력과 설비를 높이는 데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수조 원의 돈을 투입한 업체들이 기술력과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 기술력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공급량은 D램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공급 과잉으로 수익이 나던 D램이 적자로 돌아서며 2008년 3분기 세계 최대 D램 업체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0%가 됐다. 하이닉스는 -28%, 마이크론 -35%, 이노테라는 -39%를 각각 기록했다.
양보 없는 경쟁이 지속되며 그 다음 분기 삼성전자도 -14%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대만 난야의 경우 -105%까지 늘어났다.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았다는 의미다. 이듬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치킨게임의 패자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독일 반도체회사 키몬다가 파산했고, 2월에는 일본 최대 메모리기업 엘피다가 공적자금을 요청했다. 히타치 반도체를 모태로 한 엘피다는 결국 간판을 내리고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반면, 승자가 된 삼성전자는 이후 시장 점유율을 40%에서 50% 초·중반까지 끌어올렸고, 하이닉스 역시 이후 반등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역사는 파워 게임에서 지면 무대에서 사라지는 ‘퇴출의 역사’에 가깝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십 개 기업이 난립했던 메모리 시장에는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대부분의 기업이 떠나고 이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샌디스크 등 5~6개의 대형 기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