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완전 결별’을 선언했다.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고 사법권의 부활 등 영국 자체 권한을 회복하고자 EU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관한 정부의 계획을 공개하며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 회원국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새롭고 대담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유럽을 떠나 ‘글로벌 국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로 EU와 영국 모두에 새로운 동반자 관계가 될 것”이라면서 “브렉시트로 영국이 그 어느 때보다 한층 강하고, 더 공정하며 한층 통합되고 또 외부 지향적인 나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는 영국에 들어오는 EU 이민자 수 제한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을 이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절벽’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에 대해 자국 의회에 승인을 묻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는 동시에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급반등했다. 이날 메이 총리 연설 직후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3% 가까이 급등해 200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원하는 대로 브렉시트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단 단일시장 접근권과 관세동맹에서 이탈하게 되면 런던에 유럽 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들의 ‘탈출’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패스포팅 권한(passporting rights)’을 이용해 런던 법인을 기점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전개했다. 패스포팅 권한은 EU 회원국 중 한 곳에 본사나 지사를 두면 역내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EU 제도를 말한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은 영국을 제외한 다른 27개 EU 회원국과의 접근성을 유지하려고 고용 및 업무 거점을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바라는 대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브렉시트 이행을 EU가 용납하지 않을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주요국가의 개별 FTA 협상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영국과의 FTA 조기 체결하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EU 제도상 EU 탈퇴 절차가 정식으로 마무리되기까지는 EU 회원국으로서 제3의 국가와 단독으로 협상할 수 없다.
협상은 EU 조약상 2년 안에 끝내야 하지만 회원국이 모두 동의하면 연장할 수 있다. EU 측은 2018년 10월을, 메이 정부는 2019년 3월을 협상 시한으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