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사이에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는 반면 정책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져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준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경제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에반스 총재는 이날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미국 생명보험협의회 회의에 패널로 참석해 “공격적인 재정정책이 단기적으로 1년 정도 미국 경제성장률을 4%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20대의 노동력을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공격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노동생산성을 높이거나 노동시장을 확장시킬 전략이 없으면 인플레이션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비둘기파 인사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트럼프 경제정책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불라드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시장에서는 트럼프 새 행정부가 즉각 행동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만 올해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적어도 2017년에는 기준금리가 특히 낮게 유지돼야 한다”면서 “새 행정부의 정책효과는 2018~2019년이 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정책이) 모두 실현돼야 하며 세부사항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반면 매파 인사인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트럼프가 제시한 규제완화와 개혁은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플란 총재는 이날 댈러스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약속한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규제 및 세금 개혁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과 이민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공식 기자회견이 ‘알맹이 없는’채로 끝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타운홀미팅 연설에 쏠리게 됐다. 이날 준비된 연설에서 옐런 의장은 트럼프 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미국) 경제가 견고해지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실업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일자리 기회가 충만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준은 금융시장이 작동하도록 하는 핵심”이라며 “그러나 연준은 장막 뒤에서 일하고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는 일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